본문 바로가기
  •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모아서 알차게 알려드리는 지혜안내자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상실의 시대 / 노르웨이의 숲

by 써린템플 2022. 11. 26.
반응형

상실의 시대 책 소개와 서평

상실의 시대 표지
상실의 시대 표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인 상실의 시대(원제목: Norwegian Wood)를 소개합니다. 2014년 4월은 상실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최악의 시기였고, 8년이 흐른 2022년 늦가을도 역시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이 작품은 이미 한국에서 많은 분에게 사랑받은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 시점에 이 책을 마음속 깊이 공감하며 읽었고, 다시 한번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와타나베와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돌격대, 나가사와와 하쓰미 등의 등장인물은 모두 마음 한 군데가 무너진 사람들입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친구나 가족이 자살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조현병 환자 아니면 상처만 받고 억압된 마음을 가진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외톨이들입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상처받은 자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구나! 생각되었고, 일본인 작가가 썼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 깊은 곳에 단단히 잠겨있는 마음의 문을 그들은 결국 열지 못합니다. 자살이라는 것, 종교를 가진 자로써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삶의 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의지할 곳이 아무 곳도 없는 사람들이 맨 마지막에 선택하는 결론입니다. 그들은 어쩌면 자살이라는 문을 통해 허무하게 떠나지만, 남아있는 자들의 마음속에 또 다른 닫힌 문을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와타나베도 친구 기즈키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무엇인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텅 빈 구멍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확실히 그것은 진리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음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만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기즈키가 자살 후 몇 년 후 우연히 그의 애인인 나오코를 만나게 된 와타나베는 그녀 또한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상처는 사랑했던 언니의 자살을 통해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이기에 와타나베의 사랑과 레이코 언니의 돌봄을 받아도 결국 모든 것을 등지고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나오코의 자살은 그에게 그 어떤 가르침도 주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진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실컷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소설 초반부에 룸메이트인 돌격대가 기숙사를 떠난 후 와타나베는 그에게서 선물 받은 반딧불이를 깜깜한 어둠 속에 자유롭게 풀어줍니다. 반딧불이가 날아가 버렸지만, 그 빛은 영원히 기억 속에 살아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희망 또는 사랑 또는 생명이라 생각됩니다. 

 

나도 반딧불이도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그곳에 있었다. 바람만이 우리 주위를 스쳐 가고 있었다.

중략.. 반딧불이는 뭔가 생각난 듯이 문득 날개를 펼치더니 그다음 순간 난간을 넘어서 희미한 어둠 속에 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라도 하려는 듯, 급수탑 옆에서 재빨리 포물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 빛이 그려 내는 선이 바람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비켜보기라도 하듯,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다가 ,

이윽고 동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반딧불이가 사라져 버린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었다.    

 

와타나베는 나가사와 선배를 통해 여러 여자와 인스턴트식 하룻밤 사랑을 합니다.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관계의 무의미함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인스턴트식 사랑의 가치 없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나가사와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지지만,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그 자신에게 절대 동정하지 않는 닫힌 마음의 소유자라서 그를 사랑했던 하쓰미의 존재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나쁜 남자입니다.

 

그리고 와타나베가 마지막에 연상의 레이코와 하룻밤 정사를 보내게 되는 장면은 사실 이해가 잘 안 갑니다. 남녀 간에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와 위로가 서로 간의 찐한 정사를 통해 전해지고 마무리가 되는지, 그것이 일본인의 정서에서는 통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와타나베의 두 번째 여자친구 미도리 또한 상처가 많은 여자입니다. 하지만 저라면 미도리 같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모든 생각과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투명하게 사랑을 만들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서로 행복함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에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랑하려 했지만 말없이 떠나버린 그녀, 하지만 젊은 날 사랑의 기억들은 아무리 아픈 기억일지라도 결국엔 아름답습니다. 아름답고 아픈 사랑 이야기에 빠져서 저도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려 했습니다. 정말 최고의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